2024-04-24 00:41 (수)
태풍 ‘솔릭’이 남긴 후유증
태풍 ‘솔릭’이 남긴 후유증
  • 경남매일
  • 승인 2018.08.26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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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수 소설가
▲ 이광수 소설가

태풍 ‘솔릭’이 한반도를 덮친다는 기상예보에 마치 국가비상사태라도 선포한 것처럼 소동이 벌어졌다. 다행히 큰 피해 없이 지나갔지만 빗나간 일기예보로 기상청의 권위는 땅에 떨어졌다.

SNS에 올라온 태풍 관련 댓글을 보니 기상청에 대한 질타와 정부의 과잉대응에 따른 국민 불편을 성토하는 목소리로 가득했다. 정부 입장에서는 태풍 매미에 버금가는 강한 태풍이라는 기상청의 예보와 언론의 호들갑에 초비상사태에 들어갔다. 마치 정부 기능이 일시 마비된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유치원과 초ㆍ중학교에 휴교령이 내려져 맞벌이 부부들은 자녀들을 맡길 곳이 없어 발을 동동 굴렀다. 기상 오보로 태풍 없는 평소 같은 날이라 손자 돌보미가 된 나는 애들을 데리고 시내로 나갔다. 식당가에는 마치 공휴일처럼 어린이와 어른들로 붐볐다.

어처구니가 없어 불평이 절로 나왔다. 얼마 전 통계청이 발표한 올 2분기 합계출산율을 보니 0.97로 1.0선마저 무너졌다. 지금처럼 경기불황과 청년실업난이 개선되지 않으면 연말 합계출산율이 1.0으로 무너질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태풍 ‘솔릭’으로 휴교령만 내린 교육부와 지방 교육청의 안일한 행정 처리는 면피성 졸속 교육행정의 전형으로 학부모의 비난을 사기에 충분했다.

맞벌이 부부가 대세인 현실에서 무책임한 교육부의 처사는 가뜩이나 저 출산문제로 고민하는 정부의 인구정책과는 모순되는 것으로 가임 부부의 다둥이 출산에 나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누가 대신 돌봄이 노릇을 하든지 임시방편은 쓰겠지만, 학교에 가지 않는 손자를 돌보면서 느낀 점이 문제다. 온종일 한 명은 컴퓨터 앞에, 한 명은 TV 앞을 떠나지 않았다.

숙제를 시켜보려 했지만 재미나는 게임이나 애니메이션을 본다고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이틀이다 싶어 저들 하는 대로 내버려 뒀다. 그래도 삼시 세끼는 챙겨 먹여야 하니 신경이 쓰였으며, 당연히 누려야 할 학습권을 박탈당한 느낌마저 들어 속이 상했다.

진보 성향의 교육감이 대거 당선되면서 교육현장은 진보와 보수의 교육이념이 충돌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교사의 권위가 땅에 떨어져 교권확립이 시급한 과제임에도 학생인권조례를 만든다고 하니 유구무언이다. 교육감이 민선제로 바뀌면서 표를 의식한 포플리즘에 편승해 교육 정치에 몰두하고 있으니 대학입시제도가 갈 짓자 걸음을 한다.

다시 본질로 돌아가 보자. 우리나라 기상청의 기상예보는 오보가 잦다. 한미일 3국 기상청이 기상정보를 교환하면서 미국의 1개 주에 불과한 작은 나라의 일기예보를 정확히 예측 못 한다는 것은 불가사의한 일이다.

기상계측 장비나 시스템이 낡았다면 최우선으로 예산을 투입해서 보완해야 한다. 기상예보는 국민 생활과 산업 현장에서 점점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됐다. 자연환경 파괴에 따른 엘니뇨 현상으로 기상이변이 점증하는 마당에 기상 오보로 인한 국민 생활 불편과 경제적 손실은 엄청나다. 한편, 태풍은 자연현상으로 재해 측면만 강조해서는 안 된다.

온갖 공해물질의 배출로 인한 지구환경 오염은 태풍이 한번 지나가면 대부분 소멸된다. 물론 각종 시설과 인명피해는 불가피하다. 그러나 자연생태계를 회복하는 태풍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되 그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도록 대비하면 된다. 이런 재난대비에 가장 기본적인 정보와 데이터인 기상예보의 부정확성은 결국 예보 불신으로 귀결된다.

무능하다는 것은 몰라서 실패를 반복하는 우를 범할 때 하는 말이다. 이번 솔릭 태풍의 진행속도는 20㎞ 내외로 느려서 그 진로예측 가능성이 높았다. 그럼에도 태풍진로에 대한 예측이 갈팡질팡했다는 것은 기상관측장비나 예보시스템에 문제가 많다는 증거다.

이번 기회에 기상예보시스템에 대한 근본적인 점검과 보완대책이 시급히 강구돼야 할 것이며, 아울러 대학ㆍ연구소 등 기상연구 전문기관과 연계한 선진기상예측시스템 개발에도 힘써야 할 것이다.

먼저 기상 선진국인 일본의 기상관측 정보와 우리가 쏘아 올린 기상위성이 보낸 기상정보의 분석계측 장비와 시스템의 보완을 서둘러야 한다. 또한 정확한 기상예측은 노련한 기상전문가의 분석력이 좌우하는 만큼 전문 인력 교육과 양성에도 힘써야 한다.

현재 기상청의 박사급 전문 인력들을 기상 선진국의 기관과 연구소, 대학 등에 파견해 선진기상예측기법을 연수토록 해야 한다. 세계 10대 경제 강국에 속하는 선진 한국이 일기예보 하나 제대로 예측하지 못한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또한 TV의 일기예보도 미녀가 나와 몇십초 간 주마간산 격으로 보도할 것이 아니라 하루 한 번 정도는 기상예보전문가가 나와 심층 분석적인 일기예보를 해야 한다. 정확한 일기예보는 국민 개개인의 일상생활과 기업의 산업생산 활동에 엄청난 영향을 끼친다.

태풍 ‘솔릭’의 오보와 교육 당국의 안일한 대처, 정부의 과잉대응에 따른 후유증은 결국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것이다. 그렇다고 풍수해 재난대비태세에 만전을 기하는 것을 비난할 필요는 없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중대사이기 때문이다.

다만 정확한 기상관측시스템을 갖추고 완벽한 재난대비책을 강구해야 국민의 신뢰를 회복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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