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19:47 (금)
‘빛나는 순간’展
‘빛나는 순간’展
  • 박경애 기자
  • 승인 2018.07.19 18: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 여름방학특별전
  • 일상의 환영·감각·기억
  • 독창적 예술언어로 풀어내
  • 9명 작가 기억·경험 녹인 소소한 일상
     
▲ 강강훈, 모던보이, oil on canvas, 2014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이 마련한 여름방학특별전‘빛나는 순간’展이 20일부터 오는 11월 4일까지 큐빅하우스 내 전시장에서 열린다.
 
이 전시에는 권경엽, 김현수, 정창기, 남학호, 김영성, 오재천, 설경철, 최수앙, 강강훈 등 사실주의적 기법으로 작업하는 9명의 작가가 참여한다.

작가들은 일상에서 만나는 여러 오브제·과일·인물 등으로 각각의 예술적 정서를 개성 있게 드러내면서 자신만의 감각적 환영을 만들어 낸다. 특히 이들이 보여주는 극사실적 이미지는 그것이 갖는 객관성을 떠나 역설적으로 작가의 주관적 감정이 도드라지면서 독특한 개성미를 구가한다. 더불어 이러한 이미지는 공감각적 시각성을 만들며 감상의 폭을 넓혀주는 요소로 작용한다.

 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에 따르면 이 전시는 어린이, 성인 누구나 다 즐겁게 관람할 수 있는 전시다. 사실주의적 방식으로 제작된 이들의 작품은 사진이나 현실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한 것이 아니라 작가의 관심 대상과 장면이 부분적으로 변형된 이미지다. 여기에 작가는 호기심을 유발하는 구도를 설정해 실물 그 자체보다 더욱 선명하고 디테일한 의미를 전달하는 데 주안점을 둔다. 그럼으로써 작가의 일상의 환영·감각·기억은 그들 저마다의 독창적 예술언어로 구현되면서 하나의 새로움이 탄생한 것이다.

 '빛나는 순간'展에 초대된 9명의 작가들은 이러한 세 가지 소주제 속에서 각자의 진중한 철학을 담아낸다.
 
첫 번째로 권경엽·김현수·정창기 작가는  '일상의 환영'이라는 주제로 일상이 어떻게 환영으로 담아지는지 갤러리 4에서 보여주고 있다. 작가들은 각자의 시선으로 일상을 신비롭고 몽환적인 분위기로 그려냈다.

 그들 작품 중 일부분은 극사실적 화법으로 감상자와 만난다. 이러한 극사실적 이미지에 그들만의 독창적 화법이 더해져 익숙한듯 하지만 낯선 느낌으로 다가온다. 작가에 의한 이러한 의도는 감상자에게 자신만의 상상조각들로 새겨져 감상자 나름의 독자적인 환영을 만들어내는 기회를 제공한다.

 

▲ 권경엽, 러브, oil on canvas, 2013

 

 권경엽은 은연 중 드러나는 아름다운 내면의 인물을 그린다. 관람객은 화면 속 그렁그렁 맺힌 여인들의 눈물을 보면서 형용할 수 없는 슬픔과 우수를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이 눈물은 마치 우리 내면의 불안과 고민, 고통을 씻어 내주는듯하다. 이처럼 작가는 자신의 작품을 통해 일상 속 얼룩진 감상자의 마음을 깨끗히 정화시키며 보는 이들로 하여금 삶의 목적과 방향성을 되돌아볼 수 있게 이끌고 있다.

 

▲ 정창기, 자두-18, oil on canvas, 2018

 

정창기는 붉은 색 과일을 그리며 자연의 선물을 소개한다. 강렬한 태양빛을 받을수록 더욱 색이 붉게 물들고 짙어지는 열매에서 작가의 강한 창작열정이 보인다. 작가는 전시장 곳곳을 이브가 탐한 금단의 열매를 연상케 하는 탐스런 붉은 빛의 과일들로 장식하고 있다. 특히 그의 딸기와 자두는 우리의 식욕을 자극하면서 큐피드의 마법에 걸린 듯한 충격적 색채감을 선사하고 있다. 이처럼 정창기는 감상자들의 지난날의 풋풋함과 설렘의 감정, 그리고 꿈과 열정을 다시 북돋아 사랑의 에너지를 우리 마음에 다시금 샘솟도록 만든다.

 

▲ 남학호, 석심(생명)1723, acrylic on canvas, 2017

 

남학호의 작품에서 만나게 되는 각양각색의 조약돌에는 오랜 세월의 인고의 흔적이 배어있다. 인생의 파도에 서서히 마모되어 가듯, 각기 다른 형태와 크기를 지닌 작품 속 조약돌 무더기는 작을수록 더 단단해진 모습으로 곱고 빛나는 자태를 보여준다. 그의 작품에서 억겁의 세월을 품고 있는 조약돌에 날아와 사뿐히 내려앉은 나비는 '그리움'의 의미를 담고 있다. 나비는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조약돌의 상처를 어루만져 주는 위안과 안식의 존재며 희망의 메신저인 것이다. 남학호는 이번 전시를 통해 따뜻한 시선으로 일상을 바라보며 관람객이 여름의 한 가운데서 다시금 봄의 절정을 만끽할 수 있는 기회를 선사하고 있다.

 

▲ 김현수, 사슴뿔, mixed-media, 2011

 

김현수의 작품은 동화나 신화 속 주인공을 연상시킨다. 우리의 순수했던 유년시절 모습과 마주하게 하는 그의 작품은 순진무구한 어린 시절로 돌아가 평화롭고 고요한 유토피아를 거닐게 한다. 또한  마음의 안식과 평화를 얻고, 소소한 것에 감사하고 행복해했던 순수한 날들을 떠올리게 해 준다. 순수한 어린 시절을 추억하게 만드는 김현수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평범하고 소소한 일상이 모여 삶의 행복이 만들어진다는것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그 행복은 언제나 자신의 마음속에 내재되어 있다는 것을 되새기게 해 준다.
 
 두 번째로 일상의 감각'에 참여하는 김영성, 오재천, 설경철 작가의 작품은 갤러리 5에서 만날 수 있다.

 

▲ 김영성, 無. 生. 物 Nothing. Life. Object, oil on canvas, 2013

 

먼저 김영성은 우리가 무심코 지나쳐 보지 못했던 자연의 아름다운 모습을 포착해 작가만의 시선으로 보여주는 작가다. 작가는 바쁜 일상에서 놓친 소중한 것들을 기억하고 되돌아보게 만든다.또한 김영성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소소한 일상과 그 안의 행복에 대해 풀어놓고 있다.

▲ 오재천, 불꽃처럼, oil on canvas, 2016

 오재천은 강렬한 불빛을 쫓는 불나방처럼 명예와 사랑, 꿈을 이루기 위해 한 시대를 살았던, 너무 아름다워 더 처연해 보이는 인물들(마릴린 먼로, 오드리 햅번)의 빛나는 모습을 그렸다. 그는 이 인물들을 연꽃과 장미 등에 넣어 이들의 굴곡진 인생을 극적으로 보여준다. 더불어 이 작품들은 화려하고 꽃다운 삶도 허무하다는 바니타스의 교훈을 불러 일으킨다.

  설경철은 꿈결처럼 펼쳐진 책 위에 우리에게 익숙한 일상의 물건들이 자유롭게 떠다니는 듯한 모습으로 담아냈다. 떠다니는 물건들은 작가의 상상력이 낳은 것으로 책이 담고 있는 내용을 보여주는 듯, 현실과 상상의 공간을 넘나든다. 이처럼 상상이 섞인 현실을 배경으로 작가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기쁨과 슬픔이 공존하는 우리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면서, 우리의 빈곤한 마음에 정서적인 풍요로움을 안겨준다.
 
 세 번째 '일상의 기억'에서 최수앙, 강강훈 작가는 일상의 기억을 전복시키거나 새로운 시선으로 일상을 바라보는 작품을 갤러리 6에서 선보인다.

 

▲ 최수앙, 혼混, mixed-media, 2017

 

최수앙은 현대인이 느끼는 우울하고 불안한 심리, 쓸쓸하고 허무한 감정들을 작품 속에 사실적으로 드러낸다. 더불어 현대인의 마음을 대변하고 위로한다. 작가는 감상자로 하여금 불현듯 ‘일상 속에서 내가 저런 우울한 표정이나 몸짓을 하고 있진 않은가?’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작품을 보여준다. 이번 전시를 통해 최수앙은 지금 이 순간, 매 순간을 소중히 느끼고 사랑하는 것이 ‘빛나는 삶’을 꿰는 첫 단추가 될 수 있음을 제시한다.
 
 강강훈은 내면의 진정한 자아를 탐색하기 위해 감정이 그대로 드러나는 얼굴 표정과 상상력이 가미된 인물을 이미지화 하고 있다. 작가는 작품을 통해서 우리에게 진정한 자아와 대면하고 자기 자신의 내면에 귀를 기울여 보도록 유도한다. 또 우리 내면에 잠들어 있는 또 다른 자아를 탐색하거나 자신의 정체성을 들여다보게 한다. 이처럼 작품을 통해 강강훈은 자심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사랑하는 시간이 필요함을 얘기하고 있다.

 

▲ '일상의 기억'展은 일상의 기억을 전복시키거나 새로운 시선으로 일상을 바라보는 작품으로 구성돼 있다.

이렇듯 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 ‘빛나는 순간’展은 9인의 작가들 작품을 통해 우리가 잊고 지낸 소소한 일상을 ‘빛나는 순간'으로 포착해 우리에게 추억을 선물하며 인생을 사는 데 있어 중요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 박세연 큐레이터는 “2018년 여름의 한 가운데서 선보이는 '빛나는 순간'展은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을 찾는 관람객들에게 일상적이고 친숙한 경험과 낯설음의 경계를 안긴다"고 말하며 "이를 통해 개개인의 기억과 경험이 녹아있는 소소한 일상을 되돌아보는 장이 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또한 "이 전시를 통해 자신의 일상 속 ‘빛나는 순간’을 포착해보는 예술적 유희의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문의 : 055-340-7006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